앞 글에서 닮은 것이 두 종류라고 했다. 이 글은 그중 첫째 — 장치 안에서 앱을 돌리는 플랫폼과 무엇이 갈리는지다.
갈리는 자리는 기술이 아니다. 사업의 모양이다.
울타리 안에서 사업이 생긴다
차량의 인포테인먼트든 스마트TV의 운영체제든 홈 허브든, 구조는 같은 모양이다.
디바이스를 만든 쪽이 그 위에 실행 환경을 얹고, 저작 도구를 주고, 스토어를 연다. 개발자가 앱을 만들어 올리고, 심사를 통과하면 그 디바이스에 깔린다. 잘 굴러가는 구조다. 20년 넘게 굴러왔고, 그 위에 수억 대가 있다.
여기서 사업을 만드는 주체는 하나다. 그 디바이스를 가진 쪽이다. 스토어를 여는 것도, 심사 기준을 정하는 것도, 수수료를 정하는 것도 그쪽이다. 앱을 만든 사람은 그 안에서 장사한다.
그리고 확장의 단위가 대수다. 그 디바이스가 몇 대 팔리느냐가 그 생태계의 크기다. 잘 팔리면 커지고, 안 팔리면 안 커진다. 앱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 디바이스 밖으로는 못 나간다.
울타리 친 정원이다. 정원은 잘 가꿔져 있다. 다만 정원의 주인은 한 명이다.

여기서는 주인이 여럿이다
이 구조에는 스토어를 여는 자리가 없다. 정확히는, 그 자리를 우리가 갖지 않는다.
장치를 만든 쪽이 자기 장치의 화면을 자기가 서술한다. 그 서술을 받아 그리는 것이 플레이어다. 플레이어는 무엇을 그릴지 모르고, 알 필요도 없다. 그래서 사업을 만드는 주체가 도메인마다 따로 선다.
특장차 제어반을 만드는 회사는 자기 제어반에 얹고, 자기 고객에게 판다. 온실 설비를 만드는 회사도, 계량기를 만드는 회사도 같다. 그 사이에 우리가 끼어 심사하거나 수수료를 정하는 자리가 없다.
그러면 확장의 단위가 대수가 아니라 도메인이 된다. 그 장치가 몇 대 팔리느냐가 아니라, 몇 개의 도메인이 올라타느냐다.
땅이다. 땅은 정원보다 덜 가꿔져 있다. 다만 주인이 여럿이다.
그래서 그 숫자는 우리 천장이 아니다
닮은 회사의 매출을 보고 "이 시장이 이 정도 크기구나"로 읽을 수 있다. 그건 정확하지 않다.
그 숫자는 한 카테고리의 크기다. 차량이면 차량, TV면 TV. 그 카테고리 안에서 그 포지션으로 오래 해서 나온 크기다.
연결 계층의 크기는 다른 축으로 잰다. 카테고리 하나가 아니라 카테고리를 가로지르는 수다. 그래서 저쪽 숫자를 우리 천장으로 삼으면 축을 잘못 잡은 것이 된다. 더 크다는 말이 아니라, 같은 자로 잴 수 없다는 말이다.
편의가 아니라 주인이 바뀌는 얘기였다
이 매거진이 창간부터 반복해 온 문장이 하나 있다.
IT도 AI도 몰라도, 도메인 전문가가 자기 도메인에 맞는 시스템을 직접 세운다.
그동안 이 문장을 편의로 설명해 왔다. 어렵던 것이 쉬워졌다는 식으로.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직접 세운다는 것은 그 사업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자기 장비의 화면을 자기가 정하고, 그것으로 자기 고객을 만나고, 그 수익이 자기에게 간다. 중간에 심사하는 자리도, 몫을 떼는 자리도 없다.
만드는 난이도의 얘기가 아니라 누구의 것이냐의 얘기다.
하나가 둘이 되는 자리
이것이 말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는 이 매거진에 이미 있다.
한 사람이 카페 두 곳을 하는 샘플이 있다. 번들은 하나다. 사본이 둘 있는 게 아니라 같은 폴더다. 그런데 매장마다 다른 메뉴, 다른 가격, 다른 영업시간으로 열린다. 다른 것은 설정 파일 하나뿐이다.
그 샘플의 검증에는 이런 규칙이 들어 있다 — 앱 안에 매장 이름이 나타나면 실패로 끝낸다. 앱은 어느 매장인지 몰라야 한다. 아는 순간 매장이 늘 때마다 앱을 고쳐야 하고, 그러면 다시 울타리다.
두 매장이 세 매장이 되고 스무 매장이 되어도 앱은 그대로다. 그리고 그 매장들의 주인은 각자다.
다음
그러면 이런 질문이 남는다. 울타리가 이미 수억 대에 깔려 있는데, 땅은 어떻게 거기까지 가나.
싸워서 가는 게 아니다. 다음 글이 그 이야기다.
makemind.dev 「탐구」 — 같은 번들 하나가 매장 둘이 되는 것은 샘플에서 확인한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