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실증본이 있습니다. 같은 주제를 돌아가는 코드와 실제로 그려진 화면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 읽지 않는 도구 — 진료 흐름에서 판단을 밖에 두는 법. 이 글은 쓰인 그대로 둡니다.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 한도경 씨(47)의 진료실은 좁았다. 책상 한쪽엔 혈압계, 다른 쪽엔 모니터 하나. 진료가 빈 잠깐 사이에 그는 모니터를 돌려 보여 줬다. 화면 왼쪽엔 오늘 예약 환자 목록, 가운데엔 한 사람의 지난 흐름이 시간순으로 쌓여 있었다. "3개월 전 당화혈색소 7.2, 약 조정", "6주 전 발 저림 호소 — 신경 검사 의뢰", "2주 전 혈압 145/92". 그는 그 줄들을 위에서 아래로 한 번 훑고는 "이분은 오늘 발 얘기부터 들어야겠네요"라고 말했다.
하루 환자 60명. 그 절반이 당뇨·고혈압·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 재진이다. 같은 사람을 몇 달에 한 번씩, 몇 년을 본다. 문제는 그 사이의 흐름이다. 지난번에 약을 왜 바꿨는지, 무엇을 다음에 보자고 했는지, 어떤 증상을 환자가 흘리듯 말했는지 — 그게 종이 차트와 기억에 흩어져 있으면, 매번 처음부터 더듬게 된다. "재진인데 초진처럼 묻고 있더라고요. 환자도 알아요, 의사가 내 흐름을 잊었다는 걸." 그래서 그는 화면을 하나 만들었다. 개발은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하루 60명, 절반이 재진이라고요. 예전엔 그 흐름을 어떻게 따라갔나요?
기억이요. 그리고 종이 차트. 만성질환 환자는 한 사람을 몇 년씩 보거든요. 당뇨 환자면 석 달마다 와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지난번에 약을 왜 0.5밀리그램 올렸는지, 발 저린다던 게 좋아졌는지, 콩팥 수치를 언제 다시 보자고 했는지 — 그걸 진료실 들어오는 5분 안에 머릿속에서 꺼내야 해요.
한 명만 보면 됩니다. 60명을 보면, 흐름이 섞여요. 김 씨한테 할 얘기를 박 씨한테 하다가 "어, 이분은 그게 아니었지" 하고 차트를 뒤지죠. 그 몇 초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환자는 느껴요. 내 의사가 나를 처음 보듯 대한다는 느낌. 만성질환은 신뢰로 관리하는 병인데, 그 신뢰가 거기서 새요.
한번은 혈압약을 바꾼 환자한테 2주 뒤 다시 재서 보자고 해 놓고, 제가 그걸 놓쳤어요. 환자도 잊고 안 왔고요. 석 달 뒤에 왔을 때 혈압이 더 올라 있었어요.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 내가 흐름을 들고 있었다면 막을 수 있던 거였어요. 그때 생각했죠. 내 기억이 60명을 못 버틴다.
그래서 직접 도구를 만들었다. 개발을 배운 건가요?
아니요. 그게 이 얘기의 핵심이에요. 저는 코드를 못 써요. 제가 한 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한 것뿐이에요. 화면에 뭐가 떠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보여야 하는지, 무엇을 빠뜨리면 위험한지 — 그건 제가 20년 진료해서 알아요. 그걸 컴퓨터가 알아듣게 옮기는 게 늘 벽이었는데, 그 부분을 makemind가 가져갔어요.
저는 화면을 그린 게 아니라 말한 거예요. 환자를 열면, 지난 흐름을 시간순으로 위에서 아래로. 약을 바꾼 시점은 색을 다르게. 다음에 보자고 한 항목은 따로 한 줄로. 이렇게 무엇을 어디에 보여 달라고 적으면, 그게 화면이 돼요. 제가 디자인을 한 게 아니라, 필요한 걸 말했을 뿐인데요.
"저는 화면을 그린 게 아니라 말한 거예요. 진료가 어떻게 흘러야 하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아니까. 그릴 줄 몰라도 말할 줄은 알잖아요."
그 화면 뒤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 줄 수 있나요?
그럼요. 화면은 맨 끝이에요. 그 앞에 단계가 있어요. 진료가 끝나면 그날 일이 환자별로 쌓이고, 다음에 그 환자가 오면 지난 흐름이 한 화면으로 추려지고, 빠뜨리기 쉬운 항목이 위로 올라오고 — 저는 그 흐름을 짠 게 아니라, 각 단계에 뭐가 들어가고 뭐가 나와야 하는지만 정했어요.
첫 단계, 진료 기록은 어떻게 쌓이나요?
진료 끝나고 제가 한 줄 적어요. "약 0.5 증량", "발 저림 — 신경 검사 의뢰", "2주 뒤 혈압 재검". 길게 안 써요. 예전엔 이걸 종이 차트 구석에 적었는데, 다음에 그 환자를 열면 그게 시간순으로 한 줄씩 쌓여 있어요. 가장 최근이 위로.
중요한 건 언제,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가 같이 붙는다는 거예요. "이 약 왜 바꿨더라?" 할 때 그 시점의 메모로 거슬러 갈 수 있어요. 진료는 근거가 생명이거든요. 나중에 환자가 "그때 왜 그러셨어요?" 물으면, 제 기억이 아니라 그날 적은 줄로 답할 수 있어요.
그 다음, 환자별 흐름은 어디에 쌓이나요?
환자마다 사실이 시간 순서로 쌓이는 곳이 있어요. "작년 가을 당화혈색소 8.1", "겨울에 약 조정", "봄에 7.2로 내려옴", "발 저림 호소 시작" 같은 것들이요. 각 줄에는 그날의 근거(무슨 수치, 무슨 증상)가 달려 있고요.
이게 종이 차트랑 결정적으로 달라요. 종이는 지금 상태만 보여 주는데, 이건 변화를 들고 있어요. "이 환자 당화혈색소가 반년째 내려오는 중이네 — 잘 따라오고 있다", "혈압이 세 번 연속 조금씩 오르네 — 약을 봐야겠다" 같은 흐름이, 제가 일일이 옛 기록을 펼쳐 비교 안 해도 한눈에 보여요. 제 머릿속에서 하던 비교를, 데이터가 같은 모양으로 해 주는 거죠.
그럼 오늘 볼 환자의 화면은 어떻게 떠요?
아침에 오늘 예약 환자를 한 번 훑어 줘요. 한 사람을 열면 지난 흐름이 추려져서 떠요. 위엔 가장 최근 일, 그 아래로 시간순. 그리고 따로 한 칸에 "지난번에 다음에 보자고 한 것"이 모여요. 2주 뒤 혈압 재검, 석 달 뒤 콩팥 수치, 다음에 발 상태 확인 — 이런 것들이 빠지지 않게.
이게 제일 큰 변화예요. 예전엔 "이번에 뭘 보자고 했더라"를 제 기억에 의존했는데, 이젠 그게 화면에 떠 있어요. 빠뜨릴 게 눈앞에 있으니까, 빠뜨릴까 봐 신경 쓸 일이 없어요. 그 신경을, 환자 얼굴 보는 데 쓰면 되죠.
이게 환자 한 명을 열면 보는 화면이에요. 위엔 지난 흐름, 옆엔 "다음에 볼 것" 칸. 저 아래 회색 줄 보이죠? "최근 3회 혈압 추세 ↑" — 이것도 제가 일일이 옛날 수치 펼쳐서 그린 게 아니라, 쌓인 기록에서 알아서 추세만 뽑아 보여 준 거예요. 추세는 보여 주되, 진단은 안 해요. 거기까진 도구 일이고, "그래서 약을 바꿀까"는 제 일이에요.
방금 "진단은 안 한다"고 하셨어요. 그건 의도인가요?
그게 이 도구에서 제일 중요한 설계예요. 이 화면은 진단을 안 해요. "이 증상이면 이 병"이라고 말하지 않아요. 약을 추천하지도, 검사 결과를 대신 해석하지도, 위험도를 점수로 매기지도 않아요. 추세는 보여 줘요 — 혈압이 오르는 중이다, 수치가 내려오는 중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무엇을 할지는 제가 정해요.
이건 빠뜨려서 못 만든 게 아니에요. 일부러 안 만든 거예요. 처음 설계할 때 정했어요. "진단", "처방 추천", "위험도 판정" 같은 기능은 이 화면에 넣지 않는다. 화면이 아무리 똑똑해 보여도, 없는 기능은 부를 수가 없잖아요. 만들지 않으면, 실수로라도 그 선을 못 넘어요.
"무엇을 화면에 담을지보다, 무엇을 화면 밖에 둘지를 먼저 정했어요. 진단을 도구에 넣는 순간, 제가 거기 기댈 거거든요. 그래서 아예 안 만들었어요."
왜 그 선을 그렇게 단단히 긋나요?
의료는 판단의 책임이 사람한테 묶여 있어야 하는 일이에요. 법으로도, 윤리로도, 무엇보다 환자 안전을 위해서요. 화면이 "이 환자 당뇨 합병증 위험 78%"라고 띄우면, 바쁜 날엔 저도 모르게 거기 기대요. 그럼 제 판단이 화면에 끌려가요. 그건 환자한테 위험해요.
그래서 그 능력은 도구로 안 만들어요. 만들지 않는 게, 이 도메인에서 도구 만드는 사람의 첫 번째 책임이에요. 흐름은 도구가 들고, 판단은 제가 들고 — 그 경계를 제가 그어요. 그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가, 사실 진료를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외부 개발자가 "진료 앱"을 만들면, 그 사람은 기능을 더 넣고 싶어 해요. "진단도 도와드릴까요?" 하면서. 저는 덜 넣었어요. 그게 다른 점이에요.
정리하면, 한 원장님이 한 일은 무엇이고 makemind가 한 일은 무엇인가요?
제가 한 건 판단이에요. 흐름을 어떤 순서로 보여 줄지, 무엇을 빠뜨리면 위험한지, 그리고 무엇을 도구로 만들지 말아야 하는지. 그건 20년 진료한 사람만 알아요. makemind가 한 건 그 흐름을 실어 나르는 일이고요.
| 단계 | 내가 정한 것 (20년의 판단) | 도구가 한 것 |
|---|---|---|
| 기록 입력 | 무엇을 한 줄로 남길지 | 적은 메모를 환자별로 보관 |
| 흐름 축적 | 무엇을 사실로 남길지 | 시간 순서·근거와 함께 쌓음 |
| 다음 진료 | 무엇을 다음에 볼지 | 지난 흐름과 '볼 것'을 한 화면에 추림 |
| 추세 | 어떤 추세를 보여 줄지 | 쌓인 수치에서 방향만 표시 |
| 진단·처방 | 도구로 만들지 않기로 | (없음 — 일부러 만들지 않음) |
| 화면 | 무엇을 어디에 보일지 | 말한 대로 화면으로 렌더 |
제가 채운 칸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다섯 번째 줄이에요. 거기 칸이 비어 있죠? 비어 있는 게 설계예요. 다른 칸은 무엇을 넣을지 정했고, 그 줄만 무엇을 안 넣을지 정했어요. 개발을 배웠다면 몇 달, 외주를 줬다면 수천만 원이었을 일을 — 제 판단을 말로 옮기는 것만으로 했고요.
가장 크게 바뀐 건 뭔가요?
환자를 보는 시간이요. 흐름을 더듬느라, 빠뜨릴까 신경 쓰느라 쓰던 머리가 풀려서, 그게 환자한테 가요. 똑같이 5분 진료인데, 그 5분의 질이 달라요. 재진 환자가 들어오면 제가 그 사람 흐름을 이미 들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묻지 않아요. "지난번에 발 저린 거 어떠세요?"로 시작하면, 환자 얼굴이 달라져요. 내 의사가 나를 기억한다.
그리고 정직하게 말하면, 이 도구가 모든 진료를 바꾸진 않아요. 흐름이 또렷한 진료 — 만성질환 관리, 정기 검진, 표준 문진 — 에서 빛나요. 매번 다르고 예측 불가능한 복잡한 케이스는 흐름으로 못 담고, 담아서도 안 돼요. 그래서 모든 단계에 건너뛰기랑 자유 메모를 남겨 놨어요. 흐름이 저를 가두면 안 되니까. 도구는 흐름을 제안만 해요. 화면 밖의 신호 — 환자 표정, 말 안 한 증상 — 는 결국 제가 봐야 하거든요.
"흐름은 화면이 들고, 판단은 제가 들어요. 추세는 보여 주되 진단은 안 하고요. 그 경계를 긋는 것까지가, 이 일을 아는 사람의 몫이더라고요."
다른 의사에게 권한다면?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라고요. 저도 처음부터 이걸 다 만든 게 아니에요. "환자를 열면 지난 메모가 시간순으로 뜬다" 한 줄부터 시작했어요. 그게 되니까 "다음에 볼 것"을 붙이고, 추세 표시를 붙이고 — 한 칸씩 늘렸어요. 그리고 늘리면서 매번 물었어요. 이건 흐름인가, 판단인가? 판단이면 안 붙였어요.
핵심은 이거예요. 당신이 제일 잘 아는 건 당신 일이지 코딩이 아니다. 그 잘 아는 걸 말하기만 하면 돼요. 그릴 줄 몰라도 말할 줄은 알잖아요. 그리고 한 가지 더 — 무엇을 만들지만큼, 무엇을 안 만들지를 정하는 것도 당신 몫이에요. 사람만이 해야 할 판단은, 도구로 만들지 않는 것까지가 설계예요. 저처럼 코드 한 줄 못 쓰는 사람이 만든 화면이, 지금 제 진료를 받치고 있어요. 진단은, 여전히 제가 합니다.
makemind.dev 「현장」 — 도메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기 도구를 자기 손으로. 한도경 씨의 진료 화면은 흐름을 실어 나르되, 진단은 일부러 싣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까지가 설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