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윤재성 씨(39)의 사무실은 조용했다. 마감이 몰리는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인데도 그랬다. 책상 위엔 서류 더미 대신 태블릿 하나가 세워져 있었고, 화면엔 '오늘의 마감'이라는 목록이 떠 있었다. 거래처 이름, 신고 종류, 그리고 빨간 D-2 칩. 그는 그 화면을 한 번 쓸어 보고는 "오늘은 두 곳"이라고 말했다.
거래처 180곳을 혼자 관리하는 단독 사무소. 보통 이맘때면 직원 두셋이 달라붙어도 서류와 마감일에 파묻힌다. 그런데 그의 사무실은 차분했다. 비결을 묻자 그는 태블릿을 돌려 보여 줬다. "이 화면이요. 제가 만들었어요." 개발을 배운 적은 없다고 했다.

거래처가 180곳이라고요. 예전엔 마감을 어떻게 관리했나요?
엑셀이었죠. 거래처별로 시트를 만들고, 신고 일정을 적고, 색으로 임박한 걸 표시하고. 문제는 그게 살아 있지 않다는 거예요. 제가 매일 열어서 오늘 뭐가 급한지 눈으로 훑어야 하고, 어제 받은 영수증을 어디 시트에 옮겨 적었는지 기억해야 하고. 거래처가 50곳일 땐 됐어요. 100곳 넘어가니까 — 놓치기 시작하더라고요.
한번은 한 거래처의 원천세 납부 기한을 놓쳤어요. 가산세가 붙었죠. 액수가 큰 건 아니었는데, 그 전화를 받을 때의 기분 — "세무사님을 믿었는데" — 그게 오래 남았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내가 기억으로 버티는 한, 거래처가 늘수록 사고도 는다.
그래서 직접 도구를 만들었다. 개발을 배운 건가요?
아니요. 그게 핵심이에요. 저는 코드를 못 써요. 제가 한 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한 것뿐이에요. 화면에 뭐가 떠야 하는지, 어떤 게 급한 건지, 영수증이 들어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 그건 제가 20년 세무를 해서 알아요. 그걸 컴퓨터가 알아듣게 옮기는 게 늘 문제였는데, 그 부분을 makemind가 가져갔어요.
저는 화면을 그린 게 아니라 말한 거예요. 오늘 날짜 기준으로 마감이 가까운 거래처를 위에, 빨간 칩으로. 그 아래 이번 달에 챙길 거 한 줄. 이렇게 무엇을 어디에 보여 달라고 적으면, 그게 화면이 돼요. 제가 디자인을 한 게 아니라, 필요한 걸 말했을 뿐인데요.
"저는 화면을 그린 게 아니라 말한 거예요. 뭐가 중요한지는 제가 제일 잘 아니까. 그릴 줄 몰라도 말할 줄은 알잖아요."
그 화면 뒤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 줄 수 있나요?
그럼요. 사실 화면은 맨 끝이에요. 그 앞에 네 단계가 있어요. 영수증이 들어오고, 거래처별로 쌓이고, 오늘 급한 게 추려지고, 안내가 나가고. 저는 그 흐름을 짠 게 아니라, 각 단계에 뭐가 들어가고 뭐가 나와야 하는지만 정했어요.
첫 단계, 영수증·서류는 어떻게 들어가나요?
거래처가 카톡으로 영수증 사진을 보내요. 어떤 분은 PDF, 어떤 분은 그냥 손으로 찍은 사진. 예전엔 그걸 제가 일일이 보고 엑셀에 옮겨 적었어요. 지금은 사진이든 PDF든 올리기만 하면 글자를 알아서 읽어서 — "2026년 3월 12일, 사무용품, 8만 4천 원" 이렇게 — 정리된 형태로 들어와요.
중요한 건 어느 거래처의 어느 서류에서 나왔는지가 같이 붙는다는 거예요. 나중에 "이 숫자 어디서 나온 거지?" 할 때 원본 영수증으로 거슬러 갈 수 있어요. 세무는 근거가 생명이거든요.
그 다음, 거래처별 이력은 어디에 쌓이나요?
거래처마다 사실이 시간 순서로 쌓이는 곳이 있어요. "3월 매출 이만큼", "작년 이맘때 이런 신고", "대표가 바뀐 시점", "노란우산공제 가입 안 됨" 같은 것들이요. 각 사실에는 근거(어느 서류에서 나왔는지)가 달려 있고요.
이게 엑셀이랑 결정적으로 달라요. 엑셀은 지금 상태만 보여 주는데, 이건 변화를 기억해요. "이 거래처 매출이 작년 대비 30% 뛰었네 — 간이과세에서 일반과세로 넘어갈 시점이겠다" 같은 걸, 제가 일일이 비교 안 해도 데이터가 들고 있어요. 20년 치 제 머릿속 판단을, 데이터가 같은 모양으로 기억해 주는 거죠.
그럼 '오늘의 마감'은 어떻게 떠요?
매일 새벽에 180곳을 한 번 훑어요. 마감일까지 며칠 남았나, 빠진 서류는 없나, 매출에 이상한 점프는 없나. 제가 정해 준 이 기준으로 훑어서 오늘 급한 것들을 추려 줘요.
단순히 날짜만 보는 게 아니에요. 어제 그 화면에 "Carter 세무법인 — 부가세 D-2, 매출 누락 1건 확인 필요"라고 떴어요. 마감이 임박한 것도 알려 주지만, 흐름에서 빠진 게 하나 있다는 것까지 짚어 준 거예요. 제가 180곳을 일일이 들여다봤으면 절대 못 잡았을 거예요. 먼저 의심해 주니까, 저는 확인만 하면 돼요.
이게 제가 아침마다 보는 화면이에요. 위엔 마감 임박한 거래처가 D-day 칩이랑 같이, 아래엔 이번 달에 챙길 것 한 줄. 저 까만 카드 보이죠? "노란우산공제 미적용 12곳, 절세 여지 평균 84만 원." 이것도 제가 일일이 센 게 아니라 알아서 추려 준 거예요. 저 12곳에 전화 돌리면, 거래처는 절세하고 저는 신뢰를 얻고.
안내문이랑 알림은요?
마감이 가까운 거래처한테 보낼 안내문 초안이 자동으로 잡혀요. "Bennett 디자인 대표님, 원천세 납부 기한이 닷새 남았습니다. 이번 달 인건비 신고 내역은 다음과 같고…" 이런 식으로, 빈칸 채우듯이가 아니라 그 거래처의 실제 숫자를 넣어서요.
제가 초안을 한 번 보고 — 이 검토는 제가 꼭 해요, 세무는 제 이름이 걸린 거니까 — 괜찮으면 카카오로 나가요. 예전엔 안내 문자 하나 쓰는 데 10분씩 걸렸어요. 지금은 검토하고 누르면 끝이에요.
정리하면, 윤 세무사님이 한 일은 무엇이고 makemind가 한 일은 무엇인가요?
제가 한 건 판단이에요. 뭐가 중요한지, 어떤 순서로 봐야 하는지, 어떤 이상을 의심해야 하는지, 안내문에 뭐가 들어가야 하는지. 그건 20년 세무한 사람만 알아요. makemind가 한 건 그 판단을 실어 나르는 일이고요.
| 단계 | 내가 정한 것 (20년의 판단) | 도구가 한 것 |
|---|---|---|
| 서류 입력 | 어떤 항목을 뽑을지 | 사진·PDF에서 글자를 읽어 정리 |
| 이력 축적 | 무엇을 사실로 남길지 | 거래처별로 시간 순서·근거와 함께 보관 |
| 마감·이상 | 무엇을 의심할지 | 매일 180곳을 훑어 급한 것·이상한 것 추림 |
| 안내 | 무슨 말을 담을지 | 거래처 숫자를 넣은 초안 작성·발송 |
| 화면 | 무엇을 어디에 보일지 | 말한 대로 화면으로 렌더 |
저는 왼쪽 칸만 채웠어요. 오른쪽은 도구가 가져갔고요. 개발을 배웠다면 몇 달, 외주를 줬다면 수천만 원이었을 일을 — 제 판단을 말로 옮기는 것만으로 했어요.
가장 크게 바뀐 건 뭔가요?
마음이요. 예전엔 늘 불안했어요.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그 느낌. 거래처가 늘수록 그게 커졌고요. 지금은 — 아침에 화면 한 번 보면 오늘 뭐가 급한지 다 보여요. 놓칠 게 화면에 떠 있으니까, 놓칠까 봐 불안할 일이 없어요.
그리고 거래처가 더 늘어도 안 무서워요. 200곳이 되든 300곳이 되든, 제가 더 외울 필요가 없거든요. 외우는 건 데이터가 하고, 저는 판단만 하면 되니까. 사무소를 키우는 게 사고를 키우는 일이 아니게 됐어요.
"예전엔 거래처가 늘면 불안이 늘었어요. 지금은 거래처가 늘어도 제가 더 외울 게 없어요. 그 차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더라고요."
다른 세무사에게 권한다면?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라고요. 저도 처음부터 이걸 다 만든 게 아니에요. '오늘의 마감' 한 줄부터 시작했어요. 거래처랑 마감일만 뜨는 화면. 그게 되니까 영수증 입력을 붙이고, 추려 주는 걸 붙이고, 안내를 붙이고 — 한 칸씩 늘렸어요.
핵심은 이거예요. 당신이 제일 잘 아는 건 당신 일이지 코딩이 아니다. 그 잘 아는 걸 말하기만 하면 돼요. 그릴 줄 몰라도 말할 줄은 알잖아요. 저처럼 코드 한 줄 못 쓰는 사람이 만든 화면이, 지금 제 사무소를 받치고 있어요.
makemind.dev 「현장」 — 도메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기 도구를 자기 손으로. 윤재성 씨의 '오늘의 마감'은 코드가 아니라 판단으로 지어졌습니다.